며칠 전, 창밖으로 펼쳐진 가을 풍경에 눈이 멈췄습니다. 노란빛으로 가득 물든 단풍이 바람에 살랑이고, 햇살이 그 사이를 부드럽게 비추며 한 폭의 그림을 이루고 있었죠. 그 순간을 놓치기 싫어 카메라를 꺼내 몇 장의 사진을 찍었습니다. 가을은 언제나 이렇게 찬란하지만, 동시에 덧없음을 알려주는 계절입니다.
그 후 일주일이 흘렀습니다. 창밖의 단풍들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지만, 바람이 한 차례 강하게 불고 나니 가지에서 단풍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. 붉고 노란 잎들이 툭툭 떨어질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졌습니다. 다시 카메라를 들어 떨어지는 잎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. 이번에는 달랐습니다. 처음에는 나뭇가지가 여전히 꽉 차 있었지만, 시간이 지날수록 사진 속 나무는 점점 빈 가지를 드러냈습니다.
마지막 사진을 찍었을 때는 거의 모든 단풍이 바닥에 내려앉아 있었고, 나무는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. 바람에 따라 천천히 흔들리는 마지막 한 장의 잎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. '모든 아름다움은 결국 때가 되면 떠나간다.' 그러나 그 빈 가지들은 새로운 시작을 품고 있기에 아름다웠습니다. 봄이 오면 다시 싹이 틀 것이고, 생명의 소리를 가득 품게 될 것입니다. 이는 마치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에게 새롭게 부어질 때를 기다리는 것과 같습니다. 하나님께서 정하신 때가 되어야 비로소 새로운 생명이 움트듯, 우리의 삶에도 주님의 은혜가 흐르며 새 소망이 깃들게 됩니다.
단풍이 지는 모습은 우리의 인생과도 닮아 있습니다.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이 있지만, 그 순간이 영원하지는 않지요. 그러나 떨어진 잎들이 이 땅에 스며들어 새로운 생명의 거름이 되듯, 우리의 지나온 날들은 하나님의 계획 속에서 다음 계절을 위한 준비가 됩니다.
시간의 흐름 속에서 떠나감을 슬퍼할 필요는 없습니다. 오히려 그 속에 새겨진 추억과 흔적을 소중히 간직하며, 다가올 새 계절을 기대하며 나아가는 것, 그것이 삶의 아름다움이며 하나님의 은혜를 믿고 따르는 우리의 여정일 것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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